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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문회원의 talk talk_발달장애 이해하기] “우리도 우리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어요”…발달장애인과 자기결정권

ㅣ문회원/특수교육학 박사,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 사무국
 
철수 씨는 24세의 지적장애 청년이다. 특수학교 전공과를 졸업한 이후, 직장에 취직해 사무보조 업무를 하고 있다. 철수 씨는 출퇴근도 문제없고, 회사에서의 평가도 좋은 편이다. 그런데 철수 씨에게는 사회생활을 하는 데 몇 가지 약점이 있다. 예를 들어, 점심시간에 동료들과 식당에 가게 되면 먹고 싶은 한 가지를 선택하지 못해서 쩔쩔매곤 한다. 또한, 직장에서 자신이 잘못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팀장이 목소리를 높이면 “죄송합니다.”를 반복한다. 그리고 친구들이 철수 씨가 취직한 것을 무척 부러워하며, “철수야, 너 월급 타면 뭐할 거야?”라고 물어보면, “모르겠어, 엄마가 모두 저금을 해.”라고 말하곤 한다.

철수 씨의 약점은 첫째 자신이 원하는 것으로 스스로 선택하는 것의 어려움, 둘째 자신의 느낌을 파악하고 표현하는 것의 어려움, 셋째 문제를 해결하고 목표를 세우는 것의 어려움이다. 종합적으로 그는 자기결정의 핵심 요소인 선택 기술, 자기 옹호 기술, 문제해결 기술 및 목표 설정 기술이 부족하다. 대부분의 발달장애인이 경험하는 어려움이기도 하다.

철수 씨가 자기결정권을 적절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제한된 범위 내에서 선택하기’를 통해 철수 씨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 철수 씨와 식사를 여러 번 함께 하게 되면서 가족, 직장 동료들은 철수 씨가 김치찌개와 볶음밥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무엇을 먹어야 할지 힘들어하는 철수 씨에게 김치찌개, 볶음밥과 다른 음식 등 세 가지 정도의 제한된 범위를 두어 음식을 선택하도록 권해보는 것이다. 처음에는 범위를 좁혀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게 하고, 그것에 익숙해지면 범위를 넓혀 다른 메뉴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선택 과정은 비단 음식뿐만 아니라 발달장애인이 생활하는 여러 상황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그의 결정이 올바른 결정이 아닌 것으로 보일지라도 그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다. 그 결정이 발달장애인 개인의 안전과 건강에 직결되는 것이 아닌 이상 선택한 것을 존중하고 바라봐주어야 한다.

둘째, 철수 씨가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발달장애인은 어려서부터 부모, 교사 등 주변 사람들의 보호, 지시 등에 순종하는 것에 익숙해 있다. 성인이 될 때까지 자신이 진심으로 바라는 것을 올바르게 표현할 기회가 적절하게 주어지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발달장애인에게는 자기 옹호 기술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자기 옹호’는 ‘자기가 자신의 변호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미국의 지적장애(다운증후군) 영화배우인 조시 에버(Josh Eber)는 “저와 같은 사람들은 모두 좀 더 자신감을 갖고, 사랑할 필요가 있어요,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배려하니까요. 아무도, 아무도 우리를 깎아내릴 수 없어요.”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이런 말과 생각은 저절로 생긴 것이 아니다. 어릴 때부터 자신이 소중한 존재이며, 사회의 당당한 일원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해주고, 스스로 표현하게 하는 자기 옹호 기술을 반복적으로 훈련하고, 발달장애인의 자기 옹호를 인정하고 기다려주는 사회의 분위기가 조성된 덕분일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발달장애인을 만나게 될 때는 그가 마음에서 바라는 것을 표현하도록 기다려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표현이 다소 어색할지라도, 가정, 학교, 사회에서는 사소한 그들의 표현이 더 구체적인 주장으로 나갈 수 있도록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셋째,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문제해결 기술이 있어야 한다. 철수 씨는 직장에 다니지만 급여를 받으면 부모가 모두 저축을 한다고 했다. 자신이 열심히 일해서 받은 급여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구입하고,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여행하는 등 비장애인과 비슷한 생활이 발달장애인에게도 주어져야 한다. 발달장애인이 자신의 급여를 사용하는 데 힘들어하면, 그와 가까운 사람들은 문제의 원인이 무엇이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전략을 함께 세워줄 수 있다. 즉, 급여의 일부분을 사용할 수 있도록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세워야 한다. 급여 중에서 20만 원은 본인이 사용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그 20만 원을 세부적으로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계획과 목표를 함께 세워본다. 예를 들어 한 달에 한 번씩 야구장 가기, 직장 회식에 참석하기 등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이에 대한 성취감을 스스로 느끼는 것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발달장애인이 자기결정권을 적절하게 행사하기 위해서는 함께 살아가는 우리가 발달장애인을 이해하고, 구체적인 실천 방법들을 공유하며, 함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미디어생활]: [문회원의 talk talk_발달장애 이해하기] “우리도 우리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어요”…발달장애인과 자기결정권 - 미디어생활 (imedialif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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